Evan has never believed in Eternity and even Ellen never did, either.

드림위버 · 01 달빛 동요

 

 

 

 ■ <은사자> : 공작 

 

또르르 떨어지는 샘물 소리가 노래가 되어 흐르고, 숲속에선 꽃잎이 산들바람에 흩날리며 춤을 춘다.

나는 꽃밭에서 눈을 떴다. 이곳은 동화와 마법의 땅이다.

새로운 여정이 곧 시작된다. 전설과 기적을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

‘은사자’라고 불리는 이 도시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01
  “은사자 성입니다... 말하자면 길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에반 공작님 덕분에 이 도시가 잘 관리된 거라고 말할 겁니다.”
  성으로 진입하는 마차에서 마부가 내게 친절하게 소개해 주었다.
  “예전에 이곳은 외지고 황폐한 마을일 뿐이었는데, 조부께 공작 작위를 물려받은 공작이 통치한 이후에 서서히 도시가 번성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은사자 성의 명성은 온 대륙에 퍼져 있죠.”
“공작님을 본 적 있어요?”

“공작이 무슨 일을 했는데요?”
  말문을 연 마부가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도시가 무역에 있어 누리는 지위는 전부 공작님의 손을 거친 거예요. 모두 공작님이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죠. 그동안 은사자 성에서는 그 어떤 반란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공작님이 모습을 잘 드러내진 않으시지만, 대리인을 통해 명령을 전달하고 있고 덕분에 이 도시가 질서정연하게 유지될 수 있었죠.
02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을 때, 절벽 위의 성벽에서 갑자기 우렁찬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다.
  내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에반 공작님이다!”
  “오늘 무슨 기념일인가? 공작님이 왜 갑자기 나타나셨지?”
  공중으로 불꽃이 쏘아 오르자, 성 발코니에 예복을 입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잘생긴 공작은 모노클을 들고,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환호하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었다.
공작을 주시한다
  뒤통수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사롭지 않은 시선이 나를 주시하는 게 느껴졌다.
  심지어 나를 오래토록 바라보는 공작의 눈이 기이한 붉은 빛을 발하는 것도 보였다.
사람들을 관찰한다

03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
  주위 사람들이 다들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예를 갖추어 내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공작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며 성으로 나를 초대했다고 말했다.
“왜 저예요?”
  “당신이 멀리서 온 여행자이기 때문에, 공작님께서 당신을 초대해 여행담을 듣고 싶으시답니다. 이건 은사자 성의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기회입니다.” 집사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는 공손하게 초대하는 자세를 보이며, 나를 산으로 안내했다.
“제가 거절해도 되나요?”

04
  저녁 연회의 긴 테이블에 놓인 촛불이 흔들렸다. 나는 마지막 스테이크 한 점을 입에 넣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이 저녁 연회의 만찬은 상상 이상으로 풍성했다. 공작은 전해 내려오는 얘기처럼 정중했으며 말투는 우아했다. 그는 이 도시와 대륙의 역사를 능숙하게 설명했다.
  나는 공작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고, 그는 흘러내린 모노클을 고쳐 쓰더니 정중하게 잔을 들어 올렸다.
그를 위한 건배

감사하다고 말하기
  “별말씀을. 난 성을 떠날 수 없는데 오늘 밤 당신 덕분에, 대륙의 새로운 일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공작이 여전히 온화한 미소와 함께, 은사자 성의 예법에 따라 술잔을 가볍게 튕기며 내게 인사했다.
  연회가 끝나자, 공작이 직접 내가 쉴 수 있게 방에 데려다주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창살에 달빛이 비쳤고, 나는 평안하게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분수가 화려한 송가를 연주하고,

흔들리는 촛불이 그의 온화한 눈빛을 비추고 있다.

나는 오늘 밤을 마음속 깊이 간직할 것이다.

 

 

 

 ■ <장밋빛 위기> : 뱀파이어 

01
  내가 일어났을 때, 하늘은 여전히 칠흑같이 어두웠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나서야, 내가 공작의 초대를 받아 성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달빛이 부서진 창틀을 지나 바닥에 드리워졌다. 잠깐... 부서졌어? 대낮엔 성은 분명 화려하고 새것 같았는데...
한밤중의 성 탐색
  화려했던 대리석 바닥은 녹이 슬었고, 두툼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으며 부서진 나무 문은 심하게 흔들거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복도 벽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동안 마음속에서는 점점 의문이 커졌다.
너무 피곤해, 조금 더 자야겠어
  내가 계속 자려고 뒤척거리자, 갑자기 침대 가운데가 갈라지며 ‘쾅’ 소리와 함께 내려앉았다. 바닥에 있던 먼지가 공중에 떠올랐다.
  나는 온통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의 모든 것이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다. 서둘러 이 방을 나가는 게 좋겠어. 나는 불안해하며 방문을 열었다.
02
  성 곳곳에서 음습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복도 앞에서 붉은 빛이 번뜩였고, 그 속에서 검은 인영이 돌아섰다. 그는 여전히 고상하고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모노클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핏빛 눈으로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공작님?”
  내가 주저하며 부르자, 그 인영이 들어 올리고 있던 팔이 갑자기 멈추더니 천천히 내려갔다.
  잠시 후, 공작의 인영은 그 기이한 붉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성은 조용하고 위축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다.
뒤돌아 도망친다

03
  포동포동한 작은 악마 하나가 공중에 떠 있었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의외로 귀여웠다.
  내가 놀라서 몸을 피하려고 하자 그가 내 앞으로 내려왔다. “걱정하지 마, 공작은 널 해치지 않아.”
  꼬마 악마가 조금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널 위해 그는 본능적인 흡혈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거든.” “강한 뱀파이어일수록 본능을 거스르는 건 아주 힘들어.”
“그럼 당신은?”
  “난 공작의 하수인이야.” 포동포동한 악마가 민첩하게 두 바퀴를 돌았다.
  “우리는 공작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널 해치지 않을 거야. 그게 공작의 뜻이거든. 네가 여길 떠나고 싶다면, 내가 널 도와줄게.”
“이 성을 다스리는 게 뱀파이어였어?”

04
  작은 악마가 나를 데리고 뱀파이어의 모습을 한 에반 공작과 만나게 해주었다. 그는 방구석에 웅크린 채였는데, 통제되지 않는 붉은 빛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마침내 흡혈 충동을 이겨낸 듯 했고, 조금 전의 무서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공작은 천천히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었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생각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도 돼요.”
“전 떠나고 싶어요. 계속 여행하고 싶거든요.”

“남고 싶어요.”
  공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결심한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은 악마에게 나를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라고 했다.
  잠깐의 헤어짐 직전, 공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의 선택을 존중할게요. 만약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얘기해 줘요.”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땐, 하늘은 여전히 캄캄했고 달빛이 커튼을 스치고 드리워져 있었다. 모든 것이 어젯밤과 그대로였다.

 


화려한 성의 뒤편에는 쓸쓸하고 퇴락한 진실이 있다.
어둠이 그를 집어삼켜야만 한다면,
나는 그의 손을 꽉 잡고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 드림위버 교환 카드 : ★2 육시헌·장밋빛 꿈 

  “정말 이 어둠에 들어올 용기가 있어요?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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