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 has never believed in Eternity and even Ellen never did, either.

바닷가 러브레터

 

2024.12.17 ~ 2024.12.24

기간 한정 배포 ★5 육시헌·심해 메아리

 

 

■한정 아이템

[산들바람 우표]

[부초의 편지] 손끝에 퍼지는 잉크향으로 평온한 세월을 편지에 그려냅니다.

 

■추억의 우체국

14년 전 / 힘든 여름 [첫 만남]

  나무 그네 / 14년 전, 여름, 낮
  굵은 가지에 나무 그네가 묶여 있다. 주위는 텅 비어 있고, 파도만 조금씩 밀려 온다.
  “오랜만에 그네를 타보네요. 예전에는 재미있었지만, 지금 보니까 득과 실의 불안함 사이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삶도 꼭 그네랑 같네요.”
  소라게 / 14년 전, 여름, 낮
  금빛 모래사장에서 떠돌아다니던 소라게 한 마리가 자신의 소라껍데기를 만났다.
  “우리는 소라게와 다를 게 없어요. 자신의 연약한 부분이 드러날 때 꼭 공격을 받곤 하죠. 하지만 당신에게는 내 약점을 드러내고 싶네요.
  표지판 / 14년 전, 여름, 낮
  돌담 옆 낡은 도로 표지판은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잡초 사이로 방향을 제시하지만 정작 자신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다.
  “만약 언젠가 외딴 섬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표지판 옆에 서 있으면 나는 당신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배표 / 14년 전, 여름, 낮
  휘명에서 외딴 섬으로 가는 배표 양식은 한 번도 바뀐 적 없다. 바뀐 것은 오가는 사람들뿐. 헤어졌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출발한다.
  “첫 외딴 섬 여행의 배표,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요. 그냥 한 장의 종이일 뿐이지만 당신 덕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됐어요.”
  육시헌의 고백편지 / 도피
  14년 전에는 섬을 왕복하는 배가 하루에 두 번밖에 없었다.
  마을은 아주 작아 관광객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해가 진 이후에는 밀물과 썰물만이 가득했다.
  그네 위에 잠시 앉아 있으니 습하고 짭짜름한 바닷바람이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소설은 아직 3분의 1정도 읽지 못한 채 남아있었고, 모래사장을 기어다니는 소라게는 새로운 거처를 찾고 있었다.
  휘명시는 이미 나와 아주 멀어진 듯했다.
  도시에서 떠나, 그 도시와 관련된 모든 것과 멀어지고 나니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삶에 도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그저 어려움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교환하는 것뿐이라는 걸 나는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마치 당신을 데리고 이 외딴 섬으로 온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처럼.
  왜 그래야만 했는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침묵을 거절하는 이유가 바로 당신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8년 전 / 따스한 겨울 [이별]

  등대 / 8년 전, 겨울, 황혼
  해안가에 외롭게 서 있는 등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불이 켜질 때만 볼 수 있다.
  “외딴 섬에 이런 시가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은 마치 등대 같네. 멀어서 닿을 수 없지만 나를 어두운 밤에서 건져 올리네.”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자전거 / 8년 전, 겨울, 황혼
  이곳을 지날 때마다 자전거의 바구니에 다른 꽃이 핀다. 별 볼 일 없는 구석인데도 휘명시보다 훨씬 활기찼다.
  “섬 일주 라이딩을 하지 못한 것이 항상 아쉬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에요. 외딴 섬에는 우리가 못 본 풍경들이 아직 많으니까요.”
  날치 / 8년 전, 겨울, 황혼
  사실 날치의 ‘비행’은 꼬리를 펼치고 점프하는 짧은 환각에 불과하다. 날치의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채 다시 바다로 돌아가면 더 이상 날아오를 수 없다.
  “가끔 바닷새도 보이고, 날치도 보이지만... 그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건 본 적이 없어요. 그게 그들의 운명이라 한다면 좀 달갑지 않은 것 같네요.”
  사랑의 자물쇠 / 8년 전, 겨울, 황혼
  녹슨 쇠사슬에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가 달려 있다. 해질녘 ‘언, 영’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사랑의 자물쇠 하나가 반짝 빛난다.
  “‘사랑의 자물쇠’의 수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자물쇠로 잠글 수 없는 것들이 오히려 더 많죠.”
  육시헌의 고백편지 / 찾기
  런던에 비하면 섬의 겨울은 따뜻하고 온화한 햇빛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모든 것이 더뎠다. 삶과 죽음 또한 시간이 늘어진 듯했다.
  골목에 세워진 자전거 바구니 속 핑크뮬리는 언젠가 흰색 국화로 바뀌어 있었다.
  가드레일에 걸린 사랑의 자물쇠는 매일 파도에 씻겨 점점 녹이 슬어갔다.
  그런 사소한 것들은 내가 휘명을 떠난 뒤, 내 머릿속에서 점점 더 뚜렷해져만 갔다.
  분명 똑같은 광경인데 당신이 있을 땐 유난히 생생하게 느껴지곤 했다.
  당신은 내가 계획한 여행에 고맙다고 했지만, 사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당신이 아니라면 나는 모래사장에 하루 종일 앉아 있거나, 암초를 따라 목적 없이 걸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당신이 있기에 나는 해안과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헤엄쳐 나갈 수 있었다.

1년 전 / 늦봄 [재회]

  청량차 / 1년 전, 봄, 낮
  외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청량차. 대추, 찹쌀, 설탕이 민트 티 안에서 시원한 맛을 낸다.
  “청량차가 민트 티 베이스라 그렇게 잘 팔리지는 않지만 이것만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요. 음식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죠.”
  그림자 / 1년 전, 봄, 낮
  계단을 올라가면 색색의 계단에 은은한 그림자가 접힌다. 빛이 그림자를 만들었지만 그림자는 빛보다 어둠에 가깝다.
  “옛날 사진을 보다 재밌는 일이 떠올랐어요. 햇빛을 맞으며 걷는데 어떤 꼬마 아가씨가 몰래 내 그림자를 밟곤 했죠.”
  연 / 1년 전, 봄, 낮
  푸른 하늘에 아주 작은 연이 길고 가는 실에 연결되어 있고, 귓가에는 계절풍이 부는 메아리가 들려온다.
  “연이 아무리 멀리 날아도 실이 당신 손에 있잖아요. 당신이 살살 당기면 난 반드시 돌아갈 거예요.”
  책 / 1년 전, 봄, 낮
  이 오후에는 안경을 벗고, 시계를 풀고, 느긋하게 파도 소리만 듣고 싶다.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영화로 제작될 줄 몰랐고, 우리가 함께 보는 첫 영화가 될 줄은 더더욱 몰랐어요.”
  육시헌의 고백편지 / 화해
  많은 일들에 앞서, 사실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신이 보기에 상실은 반드시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일 뿐이었다.
  태양이 최고점에 달하면, 그림자는 사라지게 된다.
  연의 가느다란 실을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끊어지게 된다.
  외딴 섬에 머문 날들만이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언제 섬으로 돌아가도 자연스럽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종종 꽤 많은 순간, 잘 지내고 있다는 위로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미래로 흘러가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휘명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삶에는 예상과 다른 것이 또 얼마나 많은가.
  이 도시의 모든 것과 나는 ‘재회’였지만, 유일하게도, 당신과는 ‘새로운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더 이상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다.
  바다의 깊은 곳으로 가야만, 온 하늘을 뒤덮은 별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 보상 한정 칭호

[미래의 여행 동반자] 당신과 함께 했던 모든 추억을 첫 만남이라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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